[SF 단편] 태양풍 교점


호라 아키라의 창작 단편소설입니다.

작가님의 풍부한 상상력과 기발한 작품을 소개하고자 퍼왔습니다.

문제가 될 시 삭제하겠습니다.

출처 : blog.naver.com/youngsangcho/20012177211


[SF 단편] 태양풍 교점

by 호라 아키라


주시하고 있지 않았다면 놓치고 말았을 것이다. 레이더 화면 구석이 단지 한 순간 흔들렸을 뿐이기 때문이다. 


탐사선의 컴퓨터는 성간 잡음이나 약간 큰 우주먼지로 판단하고 <전방에 비행중인 장애물 없음> 이라고 제시했다.


"무엇일까?"


나는 출발 명령을 망설였다. 우주선을 출발시키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 아니다. 


우주선에 탐재되어 있는 제어용 두뇌는 어떤 숙련된 조종사보다도 월등히 신뢰할 수 있다. 


<장애물 없음>이라는 판단은 잘못된 것은 아니리라. 출발을 늦추어야 한다는 것은 나의 직감이다. 


화면에 있었던 아주 약한 빛은 무엇인가 의미가 있는 것처럼 나에게 느껴지게 했다.


"출발은 연기한다."


나는 자동조종장치 <아플레>에게 지시하였다.


"조금 전에 있었던 신호를 정확하게 분석하도록."


<알겠습니다.>라는 글이 나옴과 동시에 데이터를 반전시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램프가 깜빡거린 다음 <아플레>는 화면에 분석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검출시의 거리는 좌측 전방 80만 킬로로 초속 약 4백 킬로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위치와 방향의 추정치는 양식대로 출력하겠습니다.>


화면에는 우주선의 위치와 방향을 가리키는 선이 나타나고 초록빛 점이 한쪽 구석을 향해 멀어져 가고 있었다.


"무엇인지 알겠나 ?"


나는 <아플레>에게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단순한 성간 부유물질이라고만 판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겠지. 항성간의 성간 물질이 아무리 희박한 곳이라 해도 10^3 광년에 네개의 항성이 있는 성역이다. 


레이더에 무엇인가 걸릴때마다 출발을 정지시킨다면 진로수정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아플레>의 연산 능력의 대부분을 


사용해 버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출발을 늦추기로 하였다. 화면에 있는 점의 이동 방향을 보고 있는 동안에 결심했다. 


그 물질이 날아온 방향은 탐사선의 플러스 0도의 방향, 즉 목적지 <헤라클레스 자리 110번 별>로부터였기 때문이다.


"자료 채집선을 출발시켜라."


<알겠습니다.>


<아플레>가 깜빡거렸다.


격납고가 열리는 가벼운 진동이 느껴졌다. 


유도용 보조줄이 따라 나가서 검은 금속으로 만든, 마치 전갈과 같은 소형 우주선을 밖으로 뱉어 내고 있는 것이다. 


조종석에서 몸을 조금 내밀면 보이겠지만, 나는 좌석에 늘어진 채로 있었다. 일련의 작업을 <아플레>가 틀리게 할 리가 없다.


등뒤의 공간이 한순간 심하게 반짝였다. 소리는 없었다. 우주선이 약간 흔들린 것 같았다. 


검은 전갈이 먹이를 향하여 달려가듯이 맹렬한 분사를 시작한 것이다.


거짓말 같은 정적이 곧 다시 돌아왔다.


"따라잡을 때까지의 시간은 ?"


<두 시간 15분입니다.>


나는 조종석의 조명을 껐다. 어둠 속에서 화면에 보이는 두 개의 점만이 순조롭게 거리를 좁혀 가고 있었다. 


정면에 보일 목적지인 헤라클레스 110번 별도 육안으로 식별할 수는 없었다. 아직 5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것이다.


여기서 다섯 시간 이상 정체한다는 것은 틀린 결정이었을까 ? 


어둠은 <직감>에 대한 자신감을 조금씩 갉아먹는 작용이 있는 듯하다. 더욱이 헤라클레스 110번에는 올리비아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미 예정된 시간에는 도착할 수 없다.


나는 조종석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화면에 나와 있는 두 개의 점은 최면 작용이 있는 것 같았다.


죽은 줄 알고 있던 올리비아가 헤라클레스 110번의 관측 기지에 있다고 들었을 때, 나는 농담이라기보다는 통신 회로의 혼란 때문에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올리비아는 죽었다. 내가 분명히 지구의 땅 속에 매장하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는 지시 그 자체가 상대를 착각하고 있지는 않을 까라고 생각했었다. 


은하계 둘레에서 멸망한 종족의 유적을 파헤치는 것이 임무인 하급 조사원에게 긴급 자시가 내려오는 그 자체가 벌써 이상하다. 


나는 큰 소리로 이름을 확인하였다.


"확실히 자네에게 내리는 지시다."


5만 광년 떨어진 지구본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초공간 통신 특유의 거친 어조로 말하였다.


"헤라클레스 110번으로 비행 요망. 거기에 올리비아가 있다."


나는 당황했다 통신기 마이크에 입을 댄 채로,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다른 세계에 있다는 사실마저 잊고 있었다.


올리비아 ! 태양의 사소한 변덕으로 발생한 폭발 현상이 없었더라면 내 아내가 되어 있을 여자다.


 올리비아는 태양물리학의 연구원이었다. 어떤 의미로는 총명한 여자였다. 그렇지 않다면 10만 광년의 공간을 부정기적으로 이동하고 


있던 내가 제시한 <결혼>이라는 낡은 시대의 제도를 선뜻 받아들일 리가 없지 없었다. 하물며 <지구의 푸른 언덕에서 결혼하지>는 


하찮은 나의 희망에 대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릴 리도 없었다. 


올리비아는 태양 표면 관측 기지의 근무를 이제 한 달이면 마칠 예정이었다. 


태양 표면에 대규모적인 폭발이 돌발적으로 발생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올리비아가 타고 있던 조사선은 제어계에 고장이 나서 수성 기지의 전파 유도를 받고 있었다. 


거기에 전파 폭풍이 발생하여 올리비아의 우주선은 방향을 잃고 말았다.


올리비아는 죽었다. 그 시체를 나는 내 손으로 묻었다. 그 이후 나는 지구에는 돌아가지 않았다.


"올리비아 일로 자네에게 숨기고 있던 일이 있다."


비현실적인 목소리는 말했다.


그게 무엇이든 어서 말해달라는 심정으로 나는 수화기를 쥐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지상 근무를 결의하고 나서 자신의 분신을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세포에서 대뇌를 증식시킨 유기뇌(복제뇌라고 불리는)를 기지에 남겨 놓기로 한 것이다. 


<올리비아2호>라는 그야말로 우수한 유기 컴퓨터다."


"왜 그런 것을 만든거죠 ?"


"올리비아의 정보해석력은 아주 우수했지. 흑점의 변동 주기등을 파악하는 데 여성 특유의 우수한 직감력을 발휘했었어. 


그렇다고 수리적 해석뿐만이 아니라 데이터를 읽어내는 직감력도 귀중했다네. <올리비아 2호>를 제작하는 것은 관측 기지의 


연구 전원의 요구였지."


"그 <올리비아 2호>라는 것이 헤라클레스 110번 기지에 있다는 말입니까 ?"


나는 5만 광년 떨어져 있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물었다. 사실 나는 지시를 전달해 주는 사람의 얼굴을 전혀 모른다. 


어쩌면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정확하게는 헤라클레스 110번을 돌고 있는 관측 기지 그 자체가 <올리비아>란 말일세."


사령본부의 목소리는 같은 어조로 말한다.


"3년전에 말들어진 무인 관측 기지다. <올리비아>는 기지 전체를 총괄하고 있어."


기묘한 환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멀리 떨어진 태양 관측기지에서 올리비아가 홀로 관측기기류에 둘러싸여 일을 하고 있다. 


금발을 하늘거리며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며 관측기로부터 찍혀 나오는 데이터 용지를 보고 있는. 


아니, 그럴 리는 없다. 있는 것이라곤 그저 유기 컴퓨터일 뿐이다. 그러나 나의 관심은 보지도 못한 별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거기에 제가 왜 가야 하죠 ? 제 임무는 유적 조사인데."


나는 힘써 평상시의 어조로 말하려고 노력하였다.


"올리비아가 지금 <환청>때문에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수개월전부터 <올리비아 2호>에서 보내오는 보고에 구조 신호 같은 것을 


수신했다는 기록이 섞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발신원은 불명. 아주 미약한 미터파대의 전파로, 태양 폭발이 심할 때에 전파 폭풍에 섞여 수신된다고 한다. 


수신 기록은 그대로 지구로 보내와서 분석을 해 보았는데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잡음 뿐이다. 


물론 이 근방의 공간에서 소식이 끊긴 우주선은 없다. 도대체 어떤 것을 가지고 <구조 신호 같은 것>이라고 올리비아가 판단하고 


있는지는 짐작이 가질 않는다. 환청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우리는 올리비아의 우수한 해석 능력을 믿고 있다. 사실 태양 표면의 관측 상황은 정확하다. 


자네에게 헤라클레스 110번으로 가달라고 하는 것은 <올리비아2호>의 반응 패턴이 정상인지 아닌지 점검을 부탁하고 싶기 때문이다. 


올리비아의 아주 미묘한 반응 패턴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자네밖에 없으니... "


초공간 통신에 의한 통신은 나의 결심을 결정적으로 만들어 주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단순히 올리비아가 자네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해 주면 된다."


경보가 울렸다.


나는 눈을 떴다. 자동조종장치의 화면에는 두 개의 점이 일치하고 있었다. 


자료수집선이 관측물에 도착한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 <아플레>에게 말했다.


"모니터 카메라는 쓸 수 있는가 ?"


화면에서 점이 지워졌다. 화면 전체에 어둠이 나타났다. 백만 킬로 떨어진 곳에서부터 중계가 시작된 것이다. 


화면은 어둠뿐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별빛은 어느 정도 확인할 수는 있으나 중앙에는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투광기를 켜봐."


내가 말을 한 뒤 몇 초 동안에 화면은 밝아졌다. 카메라는 전방의 부유물을 정확하게 잡고 있었다.


그 물체는 운석도 아니고 우주선의 파편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구름과도 같이 하염없이 펼쳐져 있는 얇은 막과 같았다. 


부드럽게 파도를 치며 저 멀리까지 출렁거리고 있는데, 투광기의 빛은 거기까지 닿지 않았다. 


회색빛 막은 전혀 모습을 바꾸지 않은 채 진공속을 초속 4백 킬로로 관성 운동을 하고 있었다. 


나는 예상 밖의 모습과 크기에 압도되면서 깊은 바닷속의 거대한 해파리를 연상하고 있었다.


자료선은 넓은 뿔 모양의 탐사 카메라를 돌리면서 천천히 주의를 선회하기 시작하였다. 


화면에는 몇개의 가는 실과 같은 선이 빛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리고 부유물의 전모가 화면에 나타났다. 


그것은 얇은 회색빛 막으로 되어있는 지경 수백 킬로의 거대한 낙하산과 같은 모양을 하고있었다. 


주위로부터 뻗어 있는 가는 실은 중앙에서 거미줄과도 같이 하나로 묶여져 있었다. 그 중심부에 거무스레한 덩어리가 보였다.


"태양 요트다."


옛날 기록 필름에서 본 영상이 순간적으로 내 머리를 스쳤다.


태양 요트. 20세기의 작가 아서 클라크가 그의 작품성 넘치는 소설에서 묘사했다고 알고 있다. 


거대한 돛을 진공속에서 올리고 태양의 광압으로 인하여 가속하는 우주 요트다. 


21세기 초에 실제로 태양 요트 경주가 열렸던 적이 있다. 태양 요트를 연상한 것은 화면이 회색빛 부유물이 나의 기억 속에 있는 


태양 요트중의 한 척과 닮았기 때문이었다.


"중심부에 있는 덩어리를 조사해 보도록 하라."


자료선은 천천히 중심부로 이동하였다. 


자세 제어 장치의 조그만 보조 분사로 붙어 있던 실들이 끊기는 것이 화면으로 보였다. 카메라는 중심부의 물체를 찍어 냈다. 


나는 솜을 죽이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기대는 빗나갔다. 지름 몇 미터의 반구형 모양의 껍질 같은 것이 있을 뿐이었다.


그것이 인공 물체인지 자연의 조형 물체인지조차도 판단할 수 없었다.


주변 수킬로에 걸쳐 펼쳐져 있는 그것을 탐사정에 수납할 시간은 없었다. 나는 몇종류의 표본 채집을 지시한 다음 자료선의 귀환을 명했다. 


이미 이 공간에 정지한 지 세 시간이 경과하였다. 더 이상의 시간 낭비는 용납될 수 없었다.


자료선이 돌아올 때까지 두 시간 정도가 걸린다. <아플레>는 도약 항로의 변경을 계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제어판의 램프가 바쁘게 깜빡거리는 동안 또 당분간 침묵의 시간이 찾아왔다.


정면에는 헤라클레스 110이 보였다. 육안으로 겨우 식별할 수 있는 밝기였다. 그러나 그곳에 올리비아가 있을 것을 생각하면 어딘가 좀 


특별한 빛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아니 잠깐. 나는 도약 항행때 빠져들기 쉬운 착각이 생각났다. 


헤라클레스 110은 5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은 5년전에 항성 표면에서 반짝인 빛이다. 


그렇다면 <올리비아 2호>가 관측을 시작했을 당시의 빛이다. 나는 약간 감상적인 기분에 빠졌다. 


예전에 이와 비슷한 감정을 태양빛을 보며 느낀 적이 있었다. 올리비아와 처음 만났을 때의 빛, 수성 궤도의 안쪽을 도는 태양풍 관측행성에서 


실감한 압도적인 광량, 그때의 빛은 지금 태양을 중심으로 12광년의 구면위에 있다. 


올리비아의 목숨을 빼앗은 태양면 폭발의 빛은 반지름 10광년의 구면 위에 있다. 


광속으로 팽창하고 있는 그 구체의 속에서 두 번 다시는 생활할 수 없다. 


10년 전, 감상에 흠뻑 젖은 듯한 기분으로 슬픔 속에서도 어딘가 웃기는 결심을 굳혔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5광년 떨어진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가장 현실적인 문제이다. 


올리비아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복제뇌가 마치 유령의 소리라도 듣는 것처럼 환청을 듣고 있다고 한다. 묘한 연관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마치 나 자신이 올리비아의 유령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까 발견한 부유물, 내 추정대로 태양 요트의 원리와 마찬가지로 광압에 의해 가속되어 헤라클레스 110의 성계로부터 날아온 거라고 


한다면 나는 대략적인 계산을 해보았다. 3500년 전에 출발한 것이 된다. 그러나 헤라클레스110 성계에서는 유기 생물도, 그리고 지적 생물이 


존재한 흔적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료선의 도착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화면의 점이 전해 주었다.


<아플레>가 항로의 산출을 마친 듯이 램프의 깜빡임도 사라졌다. 


비약장 발생장치가 시동하기 시작했나 보다. 이윽고 우주선 밑에서 무거운 엔진 작동음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조금씩 그 소리는 커져 갔다.


헤라클레스 110번, 질량 2.1e23g, 스펙터형 G2의 항성은 육안으로 보는 한 태양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 


도약 항로의 출구가 표면으로부터 약 1억 킬로에 위치하고 있다. 


그 때문에 나는 처음에는 태양계의 금성 궤도 안쪽을 비행하고 있는 듯 한 인상을 받았다.


탐사정은 지금 눈부신 광구를 좌측 전방에 받으며 더더욱 궤도 안쪽을 향하여 가속을 거듭하고 있다. 


<아플레>는 이미 목표물을 잡고 있는 듯하나 육안으로는 볼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서서히 밝기를 더해 가는 헤라클레스 110번의 직사광선


은 하늘의 반구로부터 별빛을 빨아들인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관측 기지는 어디쯤인가."


나는 약간 불안해져 물어보았다.


<궤도 반경 4천만 킬로>


태양계라면 수성 궤도의 안쪽쯤일 게다. 10년전과 똑같다. 궤도 안쪽으로 전진함에 따라 헤라클레스 110번의 별빛은 더욱 강해 정면의 전망용 


창문에는 진한 필터가 걸쳤다. 이제 별은 시야에서는 모두 없어졌다. 짙은 초록색 공간과 이상한 빛을 더해가는 구체만이 전망용 창문에 보였다. 


기억이 되살아난다기보다는 10년전의 비행을 재현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 뻔했다.


얼마 있지 않아 기지에 도착하는 듯 했다. 마치 몸이 조종석으로부터 떠오를 것 같지 않은 감속이 아까부터 진행 중이었다.


화면에 관측 기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엄청난 수의 관측 기기들이 태양을 향하고 있는 기지. 


탐사정이 접근하고 있는 뒷면은 완전히 어둠에 싸여 있었다.


<아플레>는 어둠속에 있는 트랩에 정확하게 우주선체를 연결시켰다.


출입구가 기지로 가는 유도로에 연결된 것을 표시등으로 알려 주었다.


<기지 내는 무중력. 기밀복 착용 불필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드디어 <올리비아2호>와의 만남이다.


기갑실을 지나 나는 밖으로 나왔다.


기지의 유도로 입구에 도착함과 동시에 송풍기가 돌면서 통로 안에 바람을 보냈다. 


몸은 자연히 떠올랐으며, 나를 긴 통로를 통해 기류에 태워 보내기 시작했다. 


통로는 약간 굽어져 있었으며 1백 미터정도 계속되었다. 이 통로 저편에 올리비아가 있다. 


피라밋의 매장실로 연결되는 하강 통로를 연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운반되어진 곳은 벽면 모두가 계기로 덮여진 듯한 평범한 조종실이었다. 


이것이 <올리비아 2호>와의 면담실인 듯 했다.


"당신은 본부로부터 파견된 분입니까 ?"


방 전체에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인공적인 목소리다. 산소뿐인 낮은 기압 때문일까, 소리는 부자연스럽게 울려퍼졌다.


"변경유적조사 본부로부터 명령을 받고 왔다."


"유적 조사원."


목소리는 즉시 나에게 물었다.


"이 성계에 왜 유적조사원이 필요하죠? 제가 요청한 것은 정체 불명의 구조전파 신호를 직접 조사해 줄 사람입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없다."


"태양면 관측 경험은 있으세요 ?"


목소리에는 어딘가 가시가 있었다.


"관측에 종사해 본 적은 없지만 태양계의 태양관측 기지에는 몇번쯤 가본 적도 있고 태양물리도 조금 배웠다."


나는 감정을 나타내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런 이유만으로 당신이 ?"


목소리는 약간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역시 본부에서는 제 보고를 무시하고 있군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목소리>가 갖는 일종의 버릇에 대해 느끼고 있었다. 


합성되어 있는 목소리임엔 틀림없지만 말투에는 확실히 올리비아의 어조가 느껴졌다.


"당신의 조사 보고는 중시되고 있다. 다만 이번에 있었던 보고에 대해서는 전면적으로 신뢰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제가 환청을 듣고 있다는 거죠 ?"


목소리는 더욱 거친 어조가 되었다.


"환청인지 아닌지 조사하는 것도 내 임무다."


나는 정면의 제어판을 향해 말했다. 이 방에 표정이 있다고 한다면 화려하게 깜빡거리는 램프 종류 뿐이다.


"조사를 해? 나를 조사한다는 말이에요 ?"


목소리는 잠시 끊겼다. 격분했을 때의 목소리다. 올리비아라면 이 다음에는 약간 차분한 목소리가 될 것이다. <목소리>도 그대로 였다.


"당신에게 어떤 자격이 있길래 본부가 그런 임무를 맡긴 거죠 ?"


"올리비아는 내 아내가 될 여자였다."


침묵이 찾아 왔다.


숨막힐 정도의 침묵이었다. 방 어딘가에 있는 카메라가 응시하고 있는 듯 했다. 램프 등은 의심스럽게 가끔 반짝거린다. 


이어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올리비아는 틀림없이 저의 모뇌입니다. 그러나 제가 복제된 것은 태양물리학의 연구자로서의 기능 뿐입니다. 


당신의 기억속에 있는 것과 같은 하나의 여성은 아닙니다."


목소리에는 나를 거절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럴지도 모른다. 


복제뇌를 모체 세포의 제공자와 동일시하는 것은 나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하물며 올리비아의 반응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자만심이 아닐까.


"그러나 연구자로서의 올리비아에게 반한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올리비아의 정보 해석력이 뛰어났던 것은 여성 특유의 직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게는 내가 알고 있는 올리비아와 공통되는 점이 많을 것이다."


목소리는 조용하였다. <재회>가 이런 어색한 분위기로 될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올리비아2호>는 나를 기지에 침입한 이방인으로 밖에는 취급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아까부터 생각하고 있던 것을 용기를 내어 말했다.


"당신이 더위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온습도의 제어 계통을 점검해 보면 어떨까 ?"


나의 추정은 빗나가지 않았다.


5분쯤 지나 들려오는 목소리는 놀랄만큼 부드러운 어조로 바뀌어 있었다.


"말씀하신 대로군요. 배양액의 온도가 상승하고 있었습니다. 


태양면이 큰 변동기중이라서 관측 정보의 분석에 쫓겨 그만 점검을 게을리 하게 되요."


"무엇을 조사하고 있지 ?"


"당신에게는 설명해 줄 필요가 있겠네요."


<올리비아 2호>는 친근감을 더해갔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이 헤라클레스110번 별은 태양과 대단히 유사합니다. 


중량, 반지름, 스펙터형, 총 복사량, 자전주기, 대부분의 정수가 모두 같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저의 <모체>인 올리비아는 태양면의 활동, 특히 태양 플레어의 발생에 대해 새로운 이론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그 검증을 위해서 어쨌든 관측 정보의 해석이 필요합니다.


 태양계에서의 올리비아의 업무도, 대부분 아주 많은 양의 정보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올리비아의 꿈은 자기의 분신을 다른 항성계에 설치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항성의 표면 활동과 비교함으로써 검증의 정확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짐과 더불어 <올리비아 이론>이 범우주적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처음 시도였던 것입니다. 제가 여기서 이 별의 관측을 하고 있는 것은 올리비아의 뜻을 계승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올리비아2호>와 나 사이에 있었던 긴장은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전면적으로 <올리비아2호>에게 협력하는 식으로 말을 하였다.


"조사원의 파견을 요청한 것은 이상한 사태라도 발생해서 그런 건가 ? 조사하고 싶은 전파원이 있다고 그러던데 ?"


"환청이 아니냐고 의심을 받았어요."


"나라면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무리겠죠라는 말을 하려고 한 것 같았다. <올리비아2호>는 기록을 들려주는 대신 그 전파를 수신한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겠다고 하였다.


"그런 다음 조사의 태도를 정해 주셨으면 합니다."


<올리비아2호>는 부정기적으로 몇 번, 잡음이라고도 신호라고도 할 수 있는 전파를 받았다고 한다.


부정기적이긴 하지만 수신시의 상황은 공통적이었다. 태양면에 폭발이 발생하는 시기와 일치하고 있었다. 


 한 점의 섬광이 불과 몇 분 사이에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불덩이로 타올랐다. 그 순간, <올리비아2호>의 알파선 측정치가 뛰어올랐다. 


시뻘건 불덩이로 급성장함에 따라 모든 관측기기가 다가올 변동을 예감하여 마치 곤충이 더듬이를 펴듯이 대비하는 것이었다.


X선, 자외선, 그리고 몇 옥타브에 이르는 주파수대로 몇 단계에 걸치는 전파 폭풍이 기록되었다. 또한 몇 시간 뒤에 높은 에너지 입자가 나왔다.


<올리비아2호>가 이상한 전파를 듣는 것은 코로나와 플라즈마의 진동으로부터 방사된 전파 폭풍이 관측된 때라고 했다.


 미터파대의 전파와 섞인 채로 감지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착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폭발에 따르는 변동이 멈싶을 때에는 아무것도 안들리니 말입니다. 


그러나 같은 상황이 세 번이나 계속되자 저는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진 전파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 신호가 갖는 의미마저도 


막연하게나마 이해가 가는 것입니다. 논리 코드는 모릅니다. 마치 음악이나 동물 울음소리를 듣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로 들립니다."


<올리비아2호>는 내면을 단순한 잡음에 투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나 <올리비아2호>는 흠잡을 데 없이 논리적인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전파의 수신은 최근 80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수신 타이밍이 특정 전파 폭풍이 있는 위치에 도달한 때와 일치하고 있어요. 


그 점에서부터 추정해 보며, 발신원인 태양이 아니라고 가정했을 때 현재 이 기지의 궤도에서 약간 안쪽을 돌고 있는 소유성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소유성이라... "


"지름 10킬로의 소유성으로 대기는 물론 없습니다. 행성 조사의 대상도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이 소유성은 근일점 궤도에 들어선지 50일째입니다만 지금부터 태양으로부터 떨어져 나가기 시작해 다음에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약 7백년 뒤라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거기를 조사한단 말이지."


나는 분수도 모르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이제 제어판의 목소리를 바로 올리비아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직감과 추론, 그 화술은 완전히 올리비아의 것이었다.


"알았다. 올리비아."


의외로 거부감도 없이 그 말이 나왔다.


"궤도 정보를 탐사선의 자동 조종 장치로 옮겨 놓도록."


<아플레>가 궤도를 산출하는 사이 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을 생각해 냈다.


나는 조정석의 송화기로부터 기지를 불러냈다.


"올리비아, 처음에 당신은 이 성계에는 유적 탐사의 필요성이 없다고 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왜죠 ?"


귓가의 스피커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듣는 목소리는 기억속의 올리비아와 더욱 가까워진 것처럼 느껴졌다.


"조사를 부탁할 자료가 있는데..."


나는 자료 수집선이 가지고 온 부유물의 일부와 촬영 정보를 화물용 함에 투입하도록 <아플레>에게 지시했다.


"5광년이 떨어져 있는 공간에서 이성계로부터 날아온 것 같은 부유물을 발견했는데, 인공 물질일 가능성이 있어. 


태양 요트하고 비슷하거든 ?"


나는 발견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만약 헤라클레스 행성계에 문명의 유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면 이 성계의 조사는 내가 


계속 임무를 맡게 될 수도 있었다.


"전자 현미경은 없지만 조성과 특성은 조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태양 요트 같은 것이 헤라클레스 110번의 폭사압과 태양풍만으로 가속되었다고 한다면 출발한 위치를 추정할 수 없을까 ?"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올리비아는 대답했다.


헤라클레스110번은 확실히 이변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필터를 통해서 보는 우주 공간은 심상치 않게 어둡고, 헤라클레스110번 별의 2.1e1023 gram의 광구는 오히려 푸르스름하게 빛나 보였다. 


그 표면에는 무수한 흑점 떼가 몰려 있었고 한 곳으로 몰려가듯 발달하고 있었다. 처음에 이 별을 조사했을 때보다도 훨씬 더 불길한 모습을 


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소유성은 광구면에서 3천 7백만 킬로 떨어진 거리에 있다. 관측 기지로부터 천 7백만 킬로, 지름 10킬로의 바위덩어리는 탐사선 바로 앞에 있었다. 


강한 빛에 반사되는 표면은 눈부시게 빛나고, 옆면은 대조적으로 아주 어두우며 뒷면은 암흑의 세계였다. 


<아플레>는 탐사정을 소유성의 바깥쪽에 정지시키려고 세밀한 분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늘에 가려 태양으로부터 숨겨진 공간은 거짓말 같은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눈부시게 강한 빛도 없고 불어오는 태양풍으로부터 보호되고 있다. 창문은 금세 농도를 낮추어 시야는 만천의 하늘을 부활케 했다. 


광구면으로부터 3천 7백만 킬로의 공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파 장애가 없기 때문에 이 소유성은 좀더 쉽게


조사할 수 있었다. 전 표면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소유성이 한 번 자전하는 것을 기다릴 필요가 있지만 그것도 다섯 시간이 채 안 걸릴 것이다.


"자료수집선 출발."


나는 지시했다.


유도선이 움직이는 진동... 가벼운 충격. 마치 예민한 더듬이를 무수히 갖춘 곤충을 풀어 놓은 꼴이었다.


그것은 수백 미터 떨어져 있는 바위 덩어리를 향해 공중에 떠서 천천히 내려갔다.


"미터파대의 수신 감도를 올려 놓아라. 무언가 신호를 잡으면 바로 연락하도록."


나는 그 자리에서 소유성의 그림자 부분을 노려보며 평상시와는 달리 긴장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표면 영상도 보내라."


앞쪽의 어둠속에서 투광기가 빛났다. 동시에 투영 화면에 소유성의 표면이 비치기 시작했다.


화상을 입은 듯한 지면이다. 바위 표면은 타들어간 듯 검고, 뾰족뾰족한 날카로운 바위들이 한쪽면을 덮고 있었다. 


자료선의 카메라는 바위 바닥을 천천히 내려다보고 있지만 무엇 하나 발견될 것 같지 않았다.


통화기의 부저 소리가 울렸다.


기지로부터의 연락 신호다. 수화기를 들듯이 전원을 켰다. 말할것도 없이 올리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5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 채집한 부유물 말인데요, 아주 얇은 막이군요. 0.05마이크론의 두께 밖에 안 됩니다. 


분자 구조는 모르겠습니다만, 일종의 불소수지의 필름같습니다. 내열성, 전기 절연성이 아주 높습니다. 


가리고 동시에 채집된 실과도 같은 자료, 이것은 조성은 모르겠습니다만, 생물의 신경섬유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이것은 예를 들면, 종자와 같은 천연 산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요 ? 


현재 영상 기록에서 전체의 질량을 추산중입니다. 전파원은 발견되었습니까 ? 여기서는 아무것도 수신되지 않았습니다."


올리비아의 목소리는 일방적으로 말을 하고 끊어졌다. 기지와는 2천만 킬로 가까이 떨어져 있다. 목소리가 도달하는 데 편도 1분이나 


걸리므로 대화는 아무래도 곤란해 진다. 나는 기지에 답신을 보냈다.


"지금까지는 아무것도 발견 안 됨."


나는 그렇게 말했으나 약간 냉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급히 덧붙였다.


"발견하면 바로 연락하겠다."


자료선은 소유성의 적도에 상당하는 근처를 중심으로 삐뚤 삐뚤하면서 이동을 계속하고 있다.


변화 없는 화면을 보면서 나는 언뜻 의문을 느꼈다. 아주 쓸데없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올리비아가 괴전파를 수신한 것은 코로나 속의 플라즈마 진동으로부터 발생하는 전파 폭풍이 발생할 때라고 했다. 


지금 헤라클레스 110에서는 태양면 폭발이 발생하고 있을까? 장해가 많더라도 폭사를 받고 있는 면부터 조사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 


예를 들어 이 소유성의 표면이 특정한 전파만을 반사하는 성질에 지나지 않는다면 발신원이 이쪽으로 자전해 올 때까지 아무리 기다려도 


소용없다는 말이 된다.


나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통화기의 부저 소리가 또 울렸다.


"태양 요트의 출발점인데요. 폭사압과 태양풍 압력을 적분해서 계산한 결과로는 헤라클레스 110번 중심에서 약 4천만 킬로의 궤도상이 됩니다. 


이것은 처음 속도를 0으로 생각한 위치입니다."


약 4천만 킬로의 궤도상이라... 관측 기지의 궤도와 거의 일치한다. 아니, 이 소유성의 현재 위치도 그것과 가깝다.


나는 올리비아에게 나의 생각을 전하려 했다. 그 때, 지면을 찍고 있던 카메라의 방향이 갑자기 틀어졌다. 


화면 영상은 뛰어오르는 듯 흔들렸다. 자료선의 더듬이가 무언가를 발견한 것이다. 자료선은 그쪽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화면은 심하게 흔들리고 거의 영상은 식별할 수 없다.


나는 자리에서 몸을 내밀어 전망용 창문으로부터 소유성의 창문을 바라 보았다. 


자료선의 투광기 같이 보이는 빛이 상당히 앞쪽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은 표면과의 경계면에 가까운 곳이다.


뭘 발견한 거지? 나는 숨을 죽이며 빛이 움직이는 방향을 보고 있었다. 화면을 볼 필요가 없었다. 그 뒤에 일어난 일은 육안으로 똑똑히 보였다.


무언가가 소유성 표면으로부터 튀어 나왔다. 이 소유성의 규모라면 원심력이 최대로 되는 적도 부근에서는 사람이 땅을 가볍게 찰 정도의 힘이면 


충분히 탈출 속도에 달할 것이다. 무언가 인간보다 조금 큰 덩어리가 지면으로부터 공중으로 튀어나왔다. 


그것이 육안으로 판별된 것은 공중에 뜬 덩어리가 그림자의 경계를 넘어 헤라클레스 110번의 직사광을 받는 공간으로 나왔을 때였다.


온 우주에 빛나는 별들을 배경으로 그것은 맹렬한 직사광을 받으며 순간적으로 눈을 가릴 정도로 눈부신 빛으로 반짝였다.


"올리비아!"


나는 송화구에 큰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이것을 보라는 식으로 모니터 카메라의 영상을 기지로 송신하도록 회로를 작동시켰다.


헤라클레스의 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천천히 하늘로 떠올라가는 그 물체에 변화가 일어났다. 


마치 종자가 튕겨져 나오듯이 그것은 구름이 솟아오르는 것 처럼 하얗게 빛나는 부정형의 유동체를 급속하게 퍼뜨리기 시작했다. 


이미 그것은 상당한 높이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얗게 커가는 구름은 터무니없는 크기였다. 마치 소유성을 감싸기라도 하려는 기세로 


상공에 퍼져가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이 어떤 모양새를 취하려 하는가를 금방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상공의 시야 가득하게 퍼져 지름 수킬로의 커다란 꽃과 같은 모양을 이루려 하고 있었다. 


이어서 (그것은 한참 뒤 이긴 했지만) 거의 동그라미 모양으로 팽창한 마이크론 두께의 광대한 우산은 폭사압과 태양풍을 가득 안고 눈에는 


보이지 않을 만큼의 속도로, 그러나 착실하게 태양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었다.


나는 그냥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자료선에서부터 수신 신호가 요란하게 울렸다. 


감도를 취대로 올린 미터파대의 촉각이 전파를 잡은 것이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투영화면에 눈을 돌렸다. 거기에는 전파원이 선명히 보이고 있었다.


바위면이 조금 들어간 곳 근처, 투광기의 빛이 교차하는 속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표면이 그물 모양의 금속에 덮인 한아름 정도의 타원형의 결정이었다.


나는 수신 신호를 가청역으로 변조하여 스피커로 나오게 해 보았다. 조정석 가득하게 그 소리는 울려 퍼졌다. 


뜻은 모르겠다. 단속적인 외침과도 같은 것이었다.


나는 갓난 아기의 울음소기를 연상했다.


그것은 분명히 하나의 생물이었다.


증폭된 전파가 탐사정으로부터 기지로 보내지고 정확히 2분 뒤에 올리비아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 목소리예요."


그것으로 올리비아는 침묵했다. 침묵의 의미는 나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어떻게든 신호를 해석하려고 필사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나는 분신인 올리비아가 심각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무언가 알 것 같냐고 묻지도 않았다. 나에게도 해야 할 임무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자료 수집선의 카메라와 집게를 써서 액정체를 둘레에서부터 조사해 갔다. 


위험성이 없다면 기지까지 가지고 가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사 결과는 영상으로 기지로 보내도록 하였다. 올리비아가 그 신호와의 관련을 분석하는 데 필요할 것이다.


세균은 없는 듯 했다.


주변의 암석은 형석과도 같은 구조인 듯, 열선과 함께 약간 하늘색 인광을 내는 것 같았다. 


불화물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서 조금전에 튀어나간 물체는 불소수지의 일종이라는 추론도 납득이 갔다.


결정체의 표면을 상세하게 보니 발신장치도 짐작이 갔다. 그물모양의 금속 안테나가 그 역할을 한 것일 게다. 


주위에서는 상당히 강한 자기장이 검출되었다.


"응답해 주십시요. 응답해 주십시요."


올리비아의 목소리가 부르고 있었다. 이쪽에서 송신이 불통된 것일까 ?


"왜, 무슨일이 있었나?"


나는 송화구에 대답하고 2분간 기다렸다.


"그 생물을 기지로 갖고 올 수 없을까요? 분명히 의식을 가진 생물입니다. 


구조 신호라고 해석한 것은 본질적으로는 틀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소리는 그보다 더 긴급한 무엇인가를 전달하려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그 거리에서는 역시 잘 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견해도 알려 주십시요."


올리비아의 목소리가 끝나기 전에 나는 <아플레>에게 자료선의 조정 방법을 지시했다. 


 결정체에 손상을 입히지 않도록 주변의 바위를 깎아서 결정을 캐내는 작업이다. 일련의 작업을 확인한 후에 나는 송화구로 향했다.


"나름대로 거의 이 생물을 이해한 셈이다. 


이것은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결정구조를 성장시켜 가는 생물이다. 


내부에는 전기 신호가 흐르고 결정 구조가 초대규모 집적회로와도 같은 작업으로 의식을 형성시켜 나가는 것이겠지. 


외부와의 연락 방식은 전파로 한다. 그 발신장치는 표면의 그물 모양의 금속에 의한 것이다. 


전원은 아마도 태양풍을 받았을 때 아주 소규모적인 자기 유체 발전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결정 생물의 특징은 소유성의 한 주기, 즉 700년에 한 번꼴로 변신을 되풀이하는 점에 있다. 


그것은 이 소유성의 너무도 찌그러진 타원 궤도에 그 원인이 있다. 근일점에서는 표면 온도가 6백도를 넘을 것이다. 


그 때문에 7백년의 기간 동안 보호막을 층층이 겹쳐 간다. 주변의 불화물로부터 불소 수지의 일종을 중합하여 얇은 막을 겹쳐가는 방식이다. 


이것으로 내연성이 뛰어나며 내방사선의 껍질을 만들고 금일점을 통과한다. 그 뒤 어느 시점에서 껍질을 벗어버린다. 


에너지 준위를 올리기 위해 태양빛을 받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벗어 버린 껍질이 저렇게 멋진 태양 요트가 된다는 것에는 놀랐지만 내 견해는 이 정도다."


내가 말을 마쳤을 때 자료선은 작업을 끝내고 본선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아플레>는 기지로 돌아가는 항로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나는 전망용 창문으로부터 상공을 보았다. 


그러나 이제 육안으로 하얀 태양요트를 알아 볼 수 없었다.


"당신의 설명으로 그 신호음의 의미중 몇가지는 이해가 되었습니다."


올리비아의 목소리가 되돌아 왔다.


"예를 들어 3천이라는 솟자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 연령이겠지요. 


3천 번의 탈피를 되풀이 하고 있다고 한다면 우리의 나이로는 2백만 살 이상 되겠네요."


나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것은 완벽하게 올리비아의 말투였다.


자료선은 격납고에 수용되었다. 결정 생물은 투명한 용기에 담겨졌다. 나는 그것을 조종실 보조석에 놓았다. 


제어판에서 수신기로 연결하여 다시 결정 생물의 전파를 기지로 보내기 시작했다.


출발 시간이다.


탐사선은 방향을 정하고 가속하기 시작했다. 바로 암흑의 공간을 빠져나와 헤라클레스 110번의 직사광을 받는 곳까지 나왔다. 


필터가 농도를 더해가지 하늘이 가리워지듯 별빛이 사라져 갔다.


갑자기 비명과 같은 목소리가 울렸다. 나는 놀라서 몸을 일으켰다. 그 소리는 결정으로부터 받은 전파를 가청역으로 듣고 있던 


스피커에서 울려 나왔다. 음량을 작게 줄이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소리는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왜 그래. 왜 그러는 거야 !"


나는 약간 동요해서 송화기에 소리쳤다.


1분뒤 올리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만요. 무언가 큰 일을 전하려고 해서."


비명같은 소리는 그치질 않았다. 끝도 없이 계속될 것만 같았다. 용기속에서 결정체는 빛을 더해 가는 것같이 보였다. 


열도 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리고 올리비아의 목소리는 아직도 들려오지 않는다.


"탐사선의 진로를 당장 변경해 주세요."


긴 침묵이 지난 뒤에 갑자기 귓가에서 올리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당히 절박한 말투다.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다음과 같이 <아플레>에게 지시해 주십시요. 읽겠습니다."


일방적인 지시였다. 그러나 나는 반사적으로 <아플레>의 조종판에 손을 올려 놓고 있었다. 


 수치가 두번 다시 되풀이 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시대로 변경하셨습니까 ?"


"변경했다!"


나는 소리쳤다.


2분 뒤 이번에는 약간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라클레스 110번에 상당히 큰 폭발이 곧 발생하려 하고 있습니다. 결정 생물은 그것을 전하려고... 아니, 자신이 이번에 발생할 


폭발을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조금 전의 신호로 확실히 알았습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전망용 창문을 보고 숨을 죽였다. 흑점은 몇시간 사이에 놀랄만큼 크게 성장해 있었던 것이다. 


하늘빛으로 빛나고 있던 광구가 불길할 정도로 푸른빛이 진해지고, 거대한 두 개의 흑점이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마치 눈같이 


보여 공포감이 일어나게 했다.


"태양면에 폭발이 있을 것이라고 저도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처럼 대규모일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자료를 분석할 때는 태양면 관측에서 얻은 여러 측정치의 주기를 바탕으로 했지만, 더 긴 기간의 변동 주기를 완전하게 읽어낼 수는 


없었습니다."


"왜 그러는 거야 ?"


나는 송화구에 말했다. 그러나 올리비아의 목소리는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되었다.


"겨우 5년치의 관측치로 모든 것을 예측하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결정 생물의 신호는 과거 2백만년의 정보에 의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과거 2백만 년의 어떤 것보다도 더 큰 폭발을 예측하여 그 주기를 


알리는 특정 전파 폭풍에 떨고 있었던 것입니다."


과거 2백만년의 어떤 것보다도 더 큰. 나는 태양을 보았다. 그 순간 가장 큰 흑점의 한 곳이 갑자기 빛났다. 


아주 작은 한 점의 빛은 금세 거대한 불덩어리로 되어 흑점을 덮었다. 동시에 광구면의 몇 곳에서 섬광이 발생하더니 거기서부터도 급격하게 


불덩어리가 일어났다. 광구 전체를 덮을 것 같은 폭발이 시작된 것이다.


탐사선이 비약장 발생장치를 작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갑자기 정신이 들어 진로를 조회했다. 


그것은 이 성계로 왔을 때와 같은 항로를 거꾸로 가는 것이었다. 기지로 돌아갈 수는 없다.


"올리비아 !"


나는 송화구에 소리쳤다. 그러나 그 소리가 들릴 리는 없었다.


올리비아는 잠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역시 나의 모뇌와 어울리는..."


올리비아가 있는 관측기지는 이미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전파 폭풍에 휩쓸려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몇 시간 뒤에는 아마 초속 1만 킬로가 넘는 플라즈마를 맞을 것이다. 아니 그 이전에 올리비아는 기지의 통제권을 상실할 것이다...


비약장 발생장치의 작동음이 높아졌다. 나는 화면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때 기지의 궤도에 한 순간 소리도 없이 퍼지는 빛을 정확하게 보았다. 


우주선이 흔들렸다. 그 빛은 적색편이속에 지워지는 불꽃과도 같이 흔들렸다.


지금 탐사선은 헤라클레스 110번 별로부터 5광년 떨어진 공간에 있다.


나는 조종석에 늘어진 채로 전방을 보고 있다. 


뒤에는 헤라클레스 110번이 별들 속에서 보통때처럼 빛을 내고 있다. 그 태양 폭발이 관측된다 하더라도 5년 뒤일 것이다.


그러나 그 태양 폭발 속에서 올리비아는 이제 영원히 사라졌다. 


헤라클레스 110번을 중심으로 하는 반경 몇광년의 구역, 나로서는 두번 다시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 또 하나 생긴 것 같았다.


탐사선은 원래의 진로에 따라 비행하고 있다. 


이 항로에 결정 생물이 7백년마다 탈피한 <태양 요트>가 3천개, 거의 9조 킬로의 간격으로, 전체 2천 8백만 광년의 긴 줄을 만들어 


초속 4백 킬로로 달리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소유성의 근일점 이동으로 발생하는 변동에 의해 거대한 은하계 소용돌이의 한 팔이 되어 


느긋하게 부채꼴을 그리고 있을 것이었다. 마치 나 자신의 진로를 가리키는 것 같았다. 


그것은 은하계에서 지구와 반대편 모퉁이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보조석에 있는 용기를 보았다. 


엷은 푸른색의 결정은 지금은 아무런 신호도 내고 있지 않았다.


이 생물을 키워 보자. 나는 그런 결심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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