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보다 노화가 15배 느린 사람?


보통 사람보다 노화가 15배 느린 사람?

출처 : 책 끝을 접다



[대체 텍스트]

나는 늙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나는 4백여 년 전에 태어났다.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낀 것은

열세 살이 지나면서부터였다.

나는 몇 년이 지나도록 조금도 늙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예 늙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상인에 비해 노화 속도가 15배 정도 느릴 뿐.


게다가 면역 체계까 보통 사람에 비해 월등해

수백 년을 사는 동안

어떠한 병에도 걸려본 적이 없다.

물론, 부상이나 영양실조를 이길 순 없지만,


이러한 삶은 내게 

저주와도 같았다.


1599년, 열여덟 살이 되었을 때,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열세 살의 외모를 하고 있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의 어머니는 악마를 낳은 마녀로 몰렸다.

그런 시대였다.


마녀 사냥꾼이 마을 사람들을 대동하고

우리 집으로 몰려들었다.

어머니와 나는 사슬에 묶여 강기슭으로 끌려갔다.


"만약 네 어머니가 물에 빠져 죽으면, 

결백이 증명되어 넌 살 수 있어.

하지만 네 어머니가 죽지 않고 마녀인 게 증명되면

너는 교수대로 향하게 될 거야. 이해하겠어?"


그렇게 어머니가 죽고 

세상에 혼자 남겨진 나는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나의 기나긴 생애의 단 한 번뿐인 사랑,

로즈를 만났을 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늙지 않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었고,

우리 사이에는 딸이 하나 생겼다.


하지만 세상의 시선은 다시금 나를 향했다.

어머니가 겪었던 불행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는 아내와 딸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1623년,

우연히 로즈가 전염병에 걸려

죽어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만나러 갔던 날,

쉰 살이 다 된 모습을 하고 있는 그녀 앞에 선 나는

여전히 십 대 소년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내계 말했다.

"미안해. 떠나라고 해서 미안해."

"그게 올은 일이었잖아.

내 존재 자체가 널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으니까."


로즈에게 딸에 대해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나를 굳게 만들었다.


"도망쳤어.... 걔도 당신이랑 똑같아.

당신이 찾아 줘. 당신이 그 애를 지켜 줘야 해."


로즈가 세상을 떠나고,

딸을 찾는 것이 삶의 유일한 목적이 되었다.

그렇게 몇 세기를 보냈다.


1860년쯤 우연히 빨리 늙는 병인 

'조로증'에 대해 연구한다는 의사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천천히 늙는 병도 믿어주지 않을까.

혹시 내 딸의 소식을 들어본 적은 없을까.'


의사를 찾아가 말했다.

"저는 1581년 3월 3일에 태어났습니다.

그러니까 279년을 살아온 셈이죠."


그는 나를 뚤어져라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러시군요. 정신병원을 소개해드리죠.

그곳에 가시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나는 또다시 비탄과 불안과

염려와 절망에 절어 살았다.


그러나 30년이 흐른 1891년,

여전히 박사가 병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다시 그를 찾아갔다.


"혹시 저를 기억하시는지요?"

처음에 나를 알아보지 못했던 거는

충격에 빠진 눈치였다.

"이럴 수가."


마침내 의사는 내 말을 믿어주었다.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가 잘 진행되면

딸을 찾는 것도 좀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하지만 나의 기대는 십삼일 만에 

증발되어 버렸다.


의사의 시체가 템스강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 있다는 것을.

그들은 비밀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은 내게 접근해왔다.

조직의 룰에만 잘 따른다면

딸을 찾아주겠다고.


그렇게 내 삶의 2막이 시작되었다.


천 년을 사는 남자의 생애 <시간을 멈추는 법>입니다.

이 작품은 '늙지 않는' 인간에 대해 다루지만

섹시한 뱀파이어의 삶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평범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가 겪는 혼란과 어려움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시간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하는데요.


수 세기를 넘나들며 진행되는 이 이야기는

이미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으로 

영화화까지 확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천 년을 사는 남자,

그는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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