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릭 폴의 창작 단편소설입니다.
작가님의 풍부한 상상력과 기발한 작품을 소개하고자 퍼왔습니다.
문제가 될 시 삭제하겠습니다.
출처 : http://www.dogdrip.net/38658241
[SF 단편] 피니스씨의 허무한 시간여행
by 프레데릭 폴
1919년 뉴욕에서 태어난 미국의 대표적인 SF작가. 휴고상,네뷸러상,캠벨 기념상 등 수많은 SF문학상을 여러차례 수상함.
SF잡지,교양과학 잡지 및 여러 출판사의 SF담당 편집자로 일함. 대표작 [게이트웨이],[우주상인],[맨 플러스]등.
이 이야기는 발명가인 피니스 스노드그라스씨에 관한 것이다. 그는 타임 머신을 발명했다.
피니스씨는 타임머신을 타고 약 2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는 예수가 태어날 무렵인 고대 로마 제국의 팔라티노 언덕에 나타났다.
피니스씨는 곧 아우구스투스 황제와 그의 왕비를 비롯해 그 당시 로마제국의 지배계급인 귀족들에게 접근하여 그들과 친해졌다.
그는 돈과 권력을 함께 누리게 되면서 서기 원년의 생활방식에 별 어려움없이 적응해갔다.
피니스씨가 발명한 타임머신은 아담하고 작은 크기였지만 그의 마음은 매우 넓었으므로, 그는 이 뒤떨어진 시대에 뭔가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하고자 마음먹었다.
고대 로마제국 사람들은 대부분 더럽고 지저분한 환경에서 생활하며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모두들 고통에 괴로워하다가 속절없이 죽어버리고 마는 비참한 삶을 살고 있었다.
피니스씨는 20세기의 발달된 의학기술과 청결한 생활습관으로 로마제국 사람들을 모두 건강하게 만들기로 결심했다.
각자 자신의 건강관리에 적극적으로 힘쓰도록 노력한 결과, 마침내 1세기의 인류는 전염병에서 해방되고 평균 수명이 대폭 늘어나게 되었다.
피니스씨는 페니실린과 오레오마이신 같은 특효약들과 고통없는 치과 기술등을 사람들에게 소개했다.
또 유리알을 연마하여 안경을 만들어주고 백내장 제거수술같은 발달된 의술도 가르쳤다.
마취 기술과 병원균을 통한 질병의 전염과정도 가르치고, 식수를 깨끗하게 하여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널리 일깨웠다.
화장지 공장을 세우고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땐 입을 가리는 예절도 가르쳤다. 로마 시가지 전체에 하수도 설비를 하고 사람들에게 식이 요법도 가르쳤다.
피니스씨는 그리하여 기원 1세기의 고대 지구 인류에게 건강을 가져다 주었으며, 더 나아가 그들 스스로 건강을 유지하는 요령까지도 가르쳤던 것이다.
그리고 피니스씨 자신도 장수를 누렸다. 그는 100살이 넘도록 해로하며 만족스런 삶을 살다가 서기 100년에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했던 것이다.
피니스씨가 처음으로 고대 로마 제국의 팔라티노 언덕에 도착할 당시에 지구상의 인구는 통틀어 2 억 5 천만 명 가량 되었다.
그는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설득하여 자신이 내리는 놀라운 은총을 단지 로마 제국의 신민들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누리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로마 제국의 지배하에 있던 1억명 가량의 사람들은 물론, 역시 1억명 가량의 아시아인들과 1천만 명 가량의 아프리카 인,
또 그 밖에 아메리카 신대륙과 태평양의 섬나라 사람들까지 모두 피니스씨의 발달된 의료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게 되었다.
피니스씨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갓난아기 100명에 90명은 죽어가던 유아사망률이 순식간에 2명 이하로 줄어들었다.
인류의 평균 수명이 갑자기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모두들 건강한 삶을 누리게 되자 그걸 과시하기라도 하듯이 아이들을 낳고 낳고 또 낳았다.
또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대부분 건강하게 자라나 성인이 되었고, 역시 부모들처럼 왕성한 생식욕구를 보여주었다.
모두들 마음만 먹으면 한 세대만에 인구가 꼭 두 배로 늘어나는 형편이었다.
로마인들이나 몽고인들이나 모두들 억세고 질긴 종족이었다. 정확히 30년마다 세계 인구는 계속 두 배로 늘어났다.
서기 30년에 세계 인구는 이미 5억명에 도달해 있었다. 서기 60년엔 10억이 되었다. 피니스씨가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할 즈음엔
오늘날의 인구와 맞먹는 수의 사람들이 지구상에 우글거리고 있었다.
피니스씨가 과거로 여행하면서 의학관련 서적들만 가져간 것은 유감스런 일이었다.
그는 타임머신에다가 화물선의 설계도나 야금학 이론서들, 또는 곡물 수확기계를 만드는 방법이나 증기 터빈의 설계도,
발전기의 작동원리를 담은 책들 등은 싣고 가지 않았다. 고대 로마제국이래 2천년 동안 발달한 갖가지 산업기술 지식은 전혀 가르쳐주지 못했던 것이다.
피니스씨는 그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좀 더 오래 살고 질병에 시달리지 않으며 스스로 자기 자신의 건강을 돌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렇게 해서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나 발전은 자연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무한하다시피 한 지구의 자연자원이라면, 아무리 인구가 늘어나도 충분히 부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사실 그러했다. 이미 피니스씨가 살아있는 동안에 사람들은 증기기관을 발명해 내었고, 그 증기기관의 힘으로 강에서 끌어올려진 물줄기가 논과 밭의 곡물들을 살찌웠다. 서기 55년엔 이집트에 아스완 댐이 건설되었다. 서기 75년엔 로마와 알렉산드리아 시내에서 우마차가 사라지고, 대신 전기로 작동하는 자동차들이 다니기 시작했다.
지중해를 오가며 식량과 물자를 나르던 갤리선들이 디젤 엔진을 달게 되면서 노를 젓던 수많은 노예들이 자유를 찾았다.
서기 200년에 세계 인구는 200억이 넘었다. 과학기술의 발달속도 역시 인구증가 만큼이나 숨가쁜 발전을 계속했다.
핵연료로 작동하는 거대한 트랙터가 황무지를 순식간에 개간하고, 그 다음엔 화학비료와 이온화처리된 바닷물이 토지를 비옥하게 바꾸었다.
가을이 되면 유전공학으로 탄생된 엄청나게 굵은 곡식알들이 대량으로 수확되었다. 서기 300년에 세계 인구는 2천 5백억이 되었다.
핵융합기술이 보편화되어 거의 무한한 에너지가 바닷물로부터 생산되었다. 원자 변환 기술이 발달되어 어떤 물질을 갖고서도 인간의 식량을 합성해 낼 수 있게 되었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데, 왜냐하면 지구상엔 이미 농사를 지을 땅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구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6세기 중반에 이르러서는 6천만 평방 마일에 이르는 지구상의 모든 육지가 사람들로 꽉 채워졌다.
다른 사람을 건드리지 않고는 어떤 방향으로든 팔을 쫙 뻗을 수 없을 정도로 인구가 늘어났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들 건강했다. 그리고 발달된 과학기술이 계속 사람들을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바다가 간척되어 육지로 변해갔다.
50년 뒤에는 지구상의 모든 바다가 메워졌다. 그동안 바닷물을 연료삼아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생산해왔으나 이제는 태양에너지를 직접 사용했다.
우주공간에 거대한 거울을 띄워 태양열을 모조리 지구로만 끌어다 썼다. 물론 금성이나 화성같은 다른 행성들은 얼어붙어 버렸다.
그러나 이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몇 십년이 지나지 않아 태양계의 모든 행성들이 죄다 분해되어 에너지 원료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태양도 마찬가지 운명이 되었다. 지구상의 인류가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막대한 에너지 소비가 필수불가결했던 것이다.
마침내 지구 인류는 은하계에 퍼져 있는 수많은 항성들의 에너지를 지구로 전송시켜 쓰기 시작했다.
앞으로 30년만 지나면 이웃 안드로메다 은하계의 에너지까지 끌어다 사용해야 할 형편이 되었다.
이 시점에서 [계산]이 실시되었다.
지구 인류의, 성인 한 명의 평균 몸무게는 약 60킬로그램이다. 그리고 매 30년이 지날 때마다 인구가 정확히 두 배로 늘어난다. (사실은 이미 '1년'이라는 단위가 무의미한 시점이었다. 왜냐 하면 태양이 분해되어 버린지는 이미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태양계의 다른 모든 가족들을 집어 삼킨 지구는 거문고자리의 직녀성을 향해 외로운 우주 여행을 하고 있었다.) 서기 1970년이 되었을 즈음엔,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총 질량이 6 x 10의 27승 그램에 다다랐다.
이것은 중대한 문제였다. 왜냐 하면, 지구 자체의 질량은 5.98 x 10의 27승 그램밖에 안 되었기 때문이다.
지구 인류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각을 뚫고 땅 속으로 굴을 파고 들어가서 살고 있었다. 니켈과 철로 이루어진 지구 중심의 핵도 파헤쳐 진 지 오래였다.
1970년을 기점으로 지구의 핵은 살아있는 남자와 여자, 아이들로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이젠 각자의 몸뚱이를 파헤쳐 들어가서 살지 않으면 우주공간으로 밀려나 살아있는 시체가 되어 둥둥 떠다닐 지경이었다.
게다가, 이것이 전부가 아님을 간단한 계산으로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인류 전체의 질량이 은하계 전체의 질량과 같아지게 되는 시점도 결코 멀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이 대우주 전체의 질량과 맞먹게 되는 순간도 --.
지구 인류로서는 도저히 더 이상 견딜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계획]이 시작되었다.
모든 물질이 식료품을 합성해내기 위한 원료로 투입되고 있었으나, 극히 일부가 중요한 목적을 위해 별도로 사용되는 것이 허가되었다.
그리하여 타임머신이 만들어졌다. 900조 명의 지원자들 중에서 선발된 한 사나이가 타임머신에 탑승하여 기원 1년의 과거로 돌아갔다.
타임머신에 실린 화물은 딱 한 가지, 단 한 발의 탄약이 장전된 소총 한 자루였다. 그 사나이는 고대 로마제국의 팔라티노 언덕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피니스씨가 타임머신을 타고 나타나자 즉시 총으로 쏘아 사살했다.
이리하여 결코 이 세상에는 태어나지 못했던 수 천억조 명의 사람들에겐 정말 다행하게도, 고대 로마 제국은 미개한 암흑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 끝 ==
<박상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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