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단편] 유아론자


프레드릭 브라운의 창작 단편소설입니다.

작가님의 풍부한 상상력과 기발한 작품을 소개하고자 퍼왔습니다.

문제가 될 시 삭제하겠습니다.

출처 : http://www.dogdrip.net/38585952


[SF 단편] 유아론자

by 프레드릭 브라운


지은이 : 프레드릭 브라운 (Frederic Brown)

 1906년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출생. 신시내티 대학을 다님. 언론가로 활동하며 SF및 미스테리 등을 집필. 

미국 미스테리 작가협회의 에드가 알란 포우상 수상. 12권의 SF장편 및 단편집을 남김. 1972년 작고.


 월터 B.지호버는 유아론자였다. 지호버의 이름이 성경에 나오는 여호와(Jehovah)와 이름이 똑같다는 사실에 대해서 난 별로 아는 게 없다. 

어쨌든 그의 이름은 처음부터 지호버였으며 그는 평생동안 유아론자였다. 유아론자란 이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일 뿐이며, 

다른 모든 사람이나 우주 삼라만상은 단지 자신의 상상일 뿐이라고 믿는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그가 스스로 상상하는 것을 중단하면 

그 즉시 우주 만물은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어느날 지호버는 실천하는 유아론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도 그럴것이, 일주일 전에 그의 마누라가 딴 남자와 눈이 맞아 도망가버렸던 것이다. 

게다가 그는 직장인 운송대리점에서 해고를 당했으며, 그런가 하면 앞에서 얼쩡거리는 고양이 한 마리를 쫓다가 다리를 부러뜨리고 말았다.

병원 침대에 누운 채 그는 마침내 이 모든 것들을 끝장내 버리기로 결심했다.

 지호버는 창밖의 별들을 쳐다보면서 별들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하늘의 별들은 이미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다음에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병원은 적막함으로 뒤덮여버렸다. 

마침내 이 모든 우주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자마자, 이미 그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자신의 몸둥이까지 없애버리고는 이윽고 마지막 단계를 실행에 옮겼다. 그는 그 스스로 존재를 마감하고 완전히 사라지고 싶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상하군, 유아론에도 한계가 있는걸까?'

'그렇다네.'어떤 목소리가 대답했다.

'당신은 누구요?'

'난 자네가 살고 있던 세상을 만든 창조주이지. 이제 자네가 내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어.'목소리는 아주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이제 난 내 스스로의 존재를 마감하고 완전한 망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제 내 자리는 네가 대신하는 거야.'

'그렇지만 나는 어떡합니까? 난 어떻게 해야 스스로의 존재를 마칠 수 있죠?'

'나와 마찬가지 방법을 쓰면 되지. 먼저 우주를 창조하라. 그리고는 그 안에서 너와 같은 유아론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그래서 그 자가 우주를 다 없애버린 다음에 스스로의 존재를 마감하려 하면 그 때 그 자와 자리바꿈을 하면 되는 것이지. 자, 그럼 잘 해 보게.'

목소리는 사라져버렸다. 지호버는 허공에 홀로 남은채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봤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천지를 창조했다.

그가 천지를 창조하는 데에는 꼭 일주일이 걸렸다.


< 끝 > 


[박상준 옮김]



'글 이야기 > SF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SF 단편] 회색의 악몽  (0) 2018.01.28
[SF 단편] 마이티 맥슨  (0) 2018.01.28
[SF 단편] 유치원  (0) 2018.01.28
[SF 단편] 피니스씨의 허무한 시간여행  (0) 2018.01.28
[SF 단편] 프린트 한 죄  (0) 2018.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