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단편]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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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E. 건의 창작 단편소설입니다.

작가님의 풍부한 상상력과 기발한 작품을 소개하고자 퍼왔습니다.

문제가 될 시 삭제하겠습니다.

출처 : http://www.dogdrip.net/38603579


[SF 단편] 유치원

by 제임스 E. 건


 <작가소개> 1923년 미국 미조리주 캔사스 출생. 캔사스 대학에서 언론학 및 영문학을 전공하고 1974년부터 캔사스대학 영문과 교수로 재직. 미국 SF 작가협회 회장 역임. 

대학에서 SF를 강의하며 SF 창작론 및 평론에 크게 기여함. 


 <첫째 날>

 선생님은 전에 우리 엄마 아빠에게 내가 우리 반에서 제일 학습 진도가 뒤떨어지는 아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오늘 3차원에다가 별을 하나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선생님은 놀라셨다. 그런데 선생님은 핵융합반응으로 반짝이는 태양이란 게 

독창적인 발상이긴 하지만 별 쓸모는 없지 않느냐고 말씀하셨다. 아무려면 어때? 예쁘기만 한걸.

 

 <둘째 날>

 오늘은 행성들을 만들었다. 큰 것 네 개와 중간치 두 개, 그리고 작은 것을 세 개 만들었다. 선생님은 웃으셨다. 그렇게 많이 만들었지만 

세 개는 태양에 너무 가까워서 아주 뜨겁고, 또 바깥쪽의 세 개는 너무 멀어서 얼어붙었고, 또 두 개는 너무 크고 유독가스가 가득 차서 생명이 생겨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선생님은 잘 이해를 못 하신다. 창조한다는 작업은 그 결과물이 쓸모 있는 것이든 아니든 간에 매우 보람있는 일인데. 여섯째 행성을 둘러싼 테는 정말 아름답다.

 

 <셋째 날>

 오늘 나는 생명을 창조했다. 나는 선생님이 왜 생명을 그렇듯 중요하게 여기시는지 이제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언젠가 철학자들이 존재의 목적에 대해서 토론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글쎄, 그냥 때가 되면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것 아닐까? 어제까지만 해도 아주 재미있었다. 

다른 아이들과 무한한 공간에서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해보며 즐겁게 놀았다. 자체붕괴로 불안정해진 별들을 터뜨려서 신성(新星)으로 만들고는 

어른들이 야단치기 전에 달아나곤 했다. 이렇게 지내면서 영원한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알게 되었다. 

생명이란 그 나름대로 기능이 있는 것이다. 선생님 말씀이 옳았다. 내가 만든 행성들 중에서 생명이 피어날 수 있는 환경을 가진 것은 둘 뿐이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작은 것이. 나는 세 개의 행성에다 생명을 만들어 놓았지만, 결국 세 번째 행성에서만 살아남았다. 난 그 생명체에다가 단 하나의 기능만을 주었다. 

그것은 [생존]이다.

 

 <넷째 날>

 나는 요즘 세 번째 행성에 흠뻑 빠져 있다. 유기물과 원시생명체가 우글거리는, 수프처럼 걸쭉한 바다가 세 번째 행성을 뒤덮고 있다.

오늘은 그 생명체에다 새롭게 한 가지 기능을 더 부여했다. 그것은 [번식]이다. 바다에서 꿈틀거리는 생명체들은 스스로 시간이 갈수록 점점 복잡한 형태로 진화했다.

아이들이 나보고 같이 가서 놀자고 부추겼지만 난 가지 않았다. 이게 더 재미있으니까.

 

 <다섯째 날>

 나는 바다의 생물들을 육지로 끌어올려 뭍에서 생존해나갈 수 있도록 시도해 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성공했다. 그 중의 몇 가지는 육지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바다는 생물체가 진화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적당한 환경이다. 육상생물을 탄생시킨 것은 정말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었다.

 

 <여섯째 날>

 어제까지 내가 한 일은 사실 아무 것도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난 오늘 [지능]을 창조해낸 것이다. 그리하여 생명체에 세 번째 기능을 부여했다. [지식]이란 것을!

육상동물 중에서 재미있는 것이 생겨났다. 두 다리를 가지고 똑바로 서서 걸으면서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주위를 이리저리 살피고 있다. 

팔 힘도 별로 세지 않고 그다지 볼품없는 두뇌를 가졌다고 여겼는데, 이것이 다른 동물들을 죄다 제압해버렸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이것이 환경을 정복해 버렸다는 사실이다.

심지어는 창조자인 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일곱째 날>

 오늘은 학교가 쉬는 날이었다. 창조한다는 일은 몸과 마음을 몹시 피곤하게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하얀 난쟁이별의 강력한 중력권에서 탈출하는 놀이나 

폭발한 별의 잔해를 긁어모아 다시 덩어리로 만드는 놀이만큼이나 재미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 선생님이 다시 엄마 아빠에게 오셨다. 

선생님은 내가 지난 며칠동안 아주 뛰어난 발전을 했지만, 대신 내가 만든 것들이 거의 쓸모가 없거나 조화롭지 못한 것들뿐이라고 말씀하셨다. 

특히 어떤 생물은 잠재적으로 위험하기까지 하니까, 그 생물을 없애버려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엄마 아빠는 선생님 말씀에 반대하셨다. 

그러면서 세 번째 행성의 그 위험하다는 생물은, 태양의 핵융합반응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열핵융합 반응장치를 발명해내어 자기 자신을 돌보게 되고 

아무런 위험한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건 부모님께서 장담하시거나 책임지실 일이 아니지요.

'선생님은 그런 일을 가능성이나 운에 맡길 수는 없다며 계속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난 어느 쪽이 논쟁에서 이겼는지 모르겠다. 

재미있다고 생각했지만, 곧 그 자리를 떠났기 때문이다. 사실 난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정말이다. 어쨌든 그 동안 가지고 놀던 것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으니까. 

이제 뭔가 더 멋있고 훌륭한 것을 만들어 보고 싶다. 하지만 그 태양이며 행성들, 그리고 그 생물은 내가 처음으로 만들어본 것이다. 

따라서 내가 그것들에 감상적인 미련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그러니까 만약 그 생물이 사는 행성이 커다란 혜성과 부딪혀서 산산조각이 난다 하더라도, 

그건 결코 내가 한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여덟째 날>

 나는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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